vagabond moment/일본 생활

내가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후회하는 이유 #일본취업 #도쿄IT회사 #일본워홀

리라이프94 2024. 10. 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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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의 나의 일본 워킹홀리데이

 

(1) 2017년 일본 워홀 중 내가 살던 곳 (2) 2017년 교토출신 일본인 친구와 교토 여행 중

 

 

나는 2016년 우울증이 심했고, 어린 나이부터 시작한 사회생활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에 제대로 어디에서 정착하지 못한 채로 이리저리 떠돌아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유일하게 내가 관심이 생기고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게 '외국어'였다. 

 

2012년부터 나는 미드와 일드, 일본 애니메이션을 정말 많이 보게 됐는데 그 영향으로 영어와 일본어에 관심이 생겼고, 그 당시 나는 일드, 일본 애니메이션을 정말 많이 봤는데 그때 가장 많이 본 게 바로 '명탐정 코난'이었다. 애니 명탐정 코난은 정말 보지 않더라도 그냥 틀어놔야 마음이 편안해져서 매일매일 하루종일 컴퓨터로 항상 틀어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본어 聞き取り(ききとり, 외국어로 듣고 이해하는 것) 연습이 자연스레 된거 같다. 

 

(Anyway..! 할 얘기는 더 많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지니까.. pass)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일본어를 배우게 되고 명탐정 코난을 보며 일본의 다양한 지역을 간접체험하며 일본 여행을 꿈꿨고 그렇게 일본 여행을 한두 번씩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본 워홀을 꿈꾸게 되었다. 

 

2016년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해서 회화도 제대로 할 줄 모른채로 단순하게 JLPT N3 만 자격증 취득해서 떠나자!라고 생각해서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현실 도피식으로 떠난 게 다다.

 

생각보다 정말 나름 일본 가자마자 내가 원하는 곳에 아르바이트도 잘 구해서 일본에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고,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하고 일한 경험이 있으니 적응력이 좋았고, 가서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순수하게 일본인 친구들과 놀고, 일본을 여행하고 일본인들과 함께 일하며 일본에서도 잘 적응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런 목표나 계획없이 우선은 떠나자는 식으로 떠난거라 6개월이 지나니 뭔가 동기부여나 원동력이 없어져서 이후로는 일본 생활에 큰 매력을 못 느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물론 정말 좋았고, 일본어 실력도 늘고, 일본인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일본 여행도 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가 남는 워홀 생활이었다. 

 

왜냐...

 

돌아와서 다른 사람들의 일본 워홀 생활, 일본살이 글과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나도 좀 더 배우고 도전하고 모험해 볼걸. 이것도 , 저것도 충분히 해볼 수 있었는데 왜 시도를 안 해봤을까? 왜 거기까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걸까? 나도 저 사람들처럼 영상도 좀 찍고, 일본에서의 생활을 좀 더 글로 남겨보고 일본에서 유명한 산인 후지산도 안가보고 일본의 다양한 곳을 여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오사카 한 곳에서만 지내려고 했을까? 그 당시 일본어 실력이 정말 많이 향상됐던 때였는데 그때 아예 일본어능력시험 JLPT N1까지 도전해 볼 생각은 왜 안 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 

 

그렇게 나의 일본 워킹홀리데이 경험과 시간은 나에게 있어 도전적이고 모험적이었던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꽤나 후회가 남는 시절로 남았다. 

 

 

어쩌다 일본 도쿄 IT 취업길

 

그러다 거의 7년 뒤 나는 병원에서 일하다가 어쩌다 퇴사하고 뜬금없이 내 팔자에 없을 거 같았던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게 되고 개발자로서 일본 IT 회사 취업에 도전하게 되었고 정말 내 스펙은 합격이 안될 것 같은 스펙이라고 생각기에.. 정말 신기하다고 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그때 나와 함께 면접 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보다 어리고, 4년제 대학 졸업에, 나보다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지식이 뛰어난 사람들이었고 일본어도 레벨이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사회에서 말하는 스펙이라고 말하는 거에서나 일본 신입 채용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이에서나 그들에 비해 나는 좋은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일본 워킹홀리데이 경험과 일본에서의 아르바이트 경력 + JLPT N3 자격증 + 일본인 친구들과 대화로 쌓은 현지 일본어 회화 실력으로 나는 내 나이 30살에 2024년 8월, 일본 도쿄에 있는 IT 회사에 개발자 직종으로 면접에 합격되어 내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예정 입사일은 대략 2025년 2월이다. 

 

 

면접 합격 후, 받은 내정통지서 일부분

 

 

 

뜬금없게 시작한 IT 공부와 일본으로의 취업준비

하지만 내 삶을 천천히 살펴보면 전혀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로 한 유명한 연설이 있는데 바로 "점을 연결하라 (Connecting the Dots)"라는  난 그 연설이 지금에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되고 공감된다.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비로소 점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현재의 순간들이
어떻게든 미래에 연결된다는 것에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접근법은 저를 결코 낙담시키지 않았고
제 삶의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2016년, 2017년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회피하고자 떠났던 일본으로의 워킹홀리데이의 생활에서의 경험들과 나의 감정들은 나에게 어쩌면 점들이었고, 그 점들이 현재의 나 자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찍는 이 점들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경험들, 느껴왔던 감정들, 지나온 나의 발자취들이 모두 나를 이루고 나 자신을 완성시킬 것이다. 자신이 하는 것에 결코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30살을 살아오며 한 가지 정말 중요한 진리라고 느낀 것은 바로 '현재의 중요성' 이다. 

 

지금 이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중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이 현재에 대한 내 노력이 분명 미래에 연결되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거의 울면서 답변한 합격소식

 

 

나는 프로그래밍 공부 후 짧지만 약 3개월간 이력서 작성 및 면접준비를 했고 7월부터 8월까지 약 한 달 반가량 치열하게 일본 IT 회사로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마침내 합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침내 내정통지서를 받았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누구에겐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오래전부터 간직했던 꿈을 이뤄내고 마침내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삶의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지하철로 가는 내내 울먹거렸다. 당장이라도 감동이 차올라 눈물샘이 터질 것 같았지만 사람들이 볼까 봐 참았다. 아아.. 그때 그 기분, 행복한 그 기분, 이 소중한 느낌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간 아쉬웠던 내 일본 워킹홀리데이에서의 후회됐던 것들을 모두 만회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후회하는 이유는 내가 일본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랐고, 여기서 내가 얻고 싶은 추억과 경험, 내 모습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다르다. 그때 그렇게 무작정 가서 경험한 기억과 후회 덕분에 지금은 내가 왜 이 일본 IT회사로서의 취업길을 원하게 됐는지, 이 개발자라는 직업으로서 나의 목표와 원하는 이상적인 일본에서의 삶과 어떻게 하면 이 일본에서의 생활을 적극활용해서 후회가 안 남게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행복하고 진지한 고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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